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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세아베스틸 통상임금 고등법원 판결 분석 (feat. 재직자 지급요건)

by BT 비티 2021. 6. 22.

상여금의 통상임금 여부를 따질 때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소위 ‘재직자 지급요건’입니다. 재직자 지급요건이 있을 경우 상여금의 고정성이 결여되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보았죠. 쉽게 얘기하면 당장 OT수당을 계산해서 줘야 하는데 상여금 지급일까지 근로자가 재직하고 있을지 말지 모르는 미래의 불확실한 조건이기 때문에 상여금은 OT수당 산정의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대부분의 판례는 이러한 논리를 따라갑니다. 

 

 

태풍의 눈! 세아베스틸 통상임금 판결!

 

그러다가 2018년 12월 18일에 세아베스틸 통상임금 관련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서 ‘재직자 지급요건’이 있더라도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 판결은 기존 다수의 판례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이라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과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럼 세아베스틸 통상임금 관련 서울고등법원 판결(사건번호 2017나2025282)의 핵심적인 논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재직자 지급요건 자체가 무효


재직자 지급요건은 통상임금 논란에 있어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문구입니다. 이번 판결의 요지를 담은 문장을 인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정급 형태의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조건은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상여금도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인데 이미 제공한 근로에 대해 재직자 요건으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무효라고 본 것입니다. 기존의 판례들이 ‘재직자 지급요건’을 인정한 데 반해 이번 판결은 ‘재직자 지급요건’ 그 자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성과급과 상여금의 조건 비교

 

재직자 지급요건의 무효를 주장하기 위해 성과급과 상여금의 '조건'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성과급에서의 성과조건은 성과급이라는 급여를 '발생'시키는 조건이지만,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조건은 정기상여금의 '지급'에 관한 조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판결문에 의하면 임금에는 경우에 따라 조건이 붙을 수 있습니다. 성과급은 성과가 나야 주는 것이고, 상여금은 근로를 해야 주는 것인데, 재직자조건은 ‘발생’의 조건이 아닌 ‘지급’의 조건에 불과하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입니다. 즉, 재직자조건은 상여금을 구성하는 기본 내용이 아니라 상여금과 구분되는 외부적인 조건일 뿐이라고 본 것입니다. 성과급은 성과가 나야 비로소 임금채권이 발생하지만, 정기상여금은 그날의 근로를 제공하면 그날 몫의 임금채권이 발생하게 되고 여기서 지급일은 정하기 나름일 뿐 지급일에 재직했다는 것이 지급 여부를 결정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한 두푼도 아니고... 이 정도면 기본급

 

이 판결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서로 상여금의 재직자 지급요건에 합의했더라도 무효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기본급과 상여금을 비교하여 상여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주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상여금의 본래 뜻은 은혜적, 포상적으로 지급되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우리나라의 정기상여금은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급과 다를 바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렇게 주장하는 논거로 정기상여금 차지하는 비중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세아베스틸의 경우 정기상여금이 기본급의 80%의 내외에 이르는데 이 정도면 근로자가 삶은 꾸리고 살아가기 위해 본질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으며 더 이상 본래 의미의 ‘상여’로서의 성질은 없다고 보았습니다. 기본급의 경우 중도에 퇴사를 했다고 해서 회사가 마음대로 기본급을 안 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기상여금도 기본급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마찬가지라는 설명입니다. 

 

 

 

회사 규정이든 관행이든 무효

 


급여규정 등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거나, 노사 양측이 매년 임금협상시마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고 해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보았습니다. 관련 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한들, 관행적으로 그리 해왔다 한들 그 자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형식 요건 Vs. 본질과 실제

 

 

결론적으로 정리하자면, 이번 판결은 정기상여금이 기본급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이미 근로를 제공하여 정기상여금을 받을 권리가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지급일 당시에 재직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급하지 않는 것은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기존의 재직자 지급요건 판결이 고정성의 형식 논리에 집중했다면 이번 판결은 정기상여금의 본질과 실제에 주목하여 기존 논리를 반박하고 있습니다. 근로 제공의 대가라는 본질과 기본급과 다를 바 없다는 실제가 핵심 논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관행적으로든 규정에 의하든 재직자 지급요건은 무효라고 결론 내린 것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파장

 

 

이제 통상임금의 논란은 세아베스틸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사건번호 2019다204876)만 남았습니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그 파장은 클 것입니다. 만약 이번 고등법원 판결과 마찬가지로 '재직 요건 무효'로 결론 낸다면 지난 2013년 12월, 박근혜 정부 시절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사건번호 2012다94643)를 능가하여 대한민국 임금 체계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빨리 났으면 좋겠습니다. 통상임금 논쟁,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고 점점 지치네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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